개인적으로 스님이 읽은 책들은 평안하고 시사적이지 않아서 좋아한다.
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토담길을 천천히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!
종교가 딱히 없지만 굳이 이야기 하자면 불교와 가깝다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
스님이 쓰신 책 한 권이 큰 힐링이 될 때가 있다.
혜민스님의 에세이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이다.
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을 솔직히 제목 때문이었다.
"스님,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"
지금까지는 내 삶의 베이스캠프에 들어설 때 마다 내가 간 등로가 맞는지 다시 한번 체크한다.
우리는 수시로 길을 잃는다.
목표가 확실한 사람들도 그 목표가 옳은 것인지,
과연 도달하기는 할 것인지,
도달한 후에는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 불안해 한다.
*
왜 사는가?
어떤게 행복일까?
이 책에서도 단호한 해답은 찾을 수 없다.
다만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내 삶의 도리이다.
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.
내가 원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일 수 있기 때문이다.
부자, 유명인, 권력자, 특출한 미모...
과연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원하니까 내가 원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.
과연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은 행복할까? 유명한 연예인들은 그 화려함 뒤에 커다란 공허함을 느낀다.
우리가 생각하는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들조차 자신의 삶이 행복한지 자문한다.
어쩌면 항상 질문하고 그럴싸한 답으로 포장해 나가더라도...
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.
그래서 자주 이러한 자문을 해야 한다.
내 마음에 감기가 걸렸을 때 자주 자문하고 그 해답의 좌표점을 구하고 전진해야 한다.
그래야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여정을 그릴 수 있다.
그리고 원치 않은 삶을 강요당했을 때 항거하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.
박근혜 정권을 물리쳤던 촛불의 혁명! 자발적으로 추운 거리에서 촛불을 켰던
그들은 분명 그 순간 행복했다.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 환호했다.
*
출가를 한다! 속세를 떠난다!
스님으로 입적할 때 쓰는 표현이다.
하지만 명진스님은 종교 또한 산 아래의 세상과 멀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종교인의 각성을 이야기한다. 특히 냉철한 불교의 반성도 엿볼 수 있다.
따뜻한 감성과 신랄한 비판이 함께 살아 있는
명진스님의 "스님, 어떤 게 잘 사는겁니까"
마지막으로 힐링 문구 하나 투척하고 서평을 마무리한다.
- 참 뜨겁게 사는 노승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.